일요일인데다 햇빛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오후 내내 저자 한병철이 권하는 치유적 피로 속에서 [피로사회]를 읽었다. [피로사회]는 치유적 피로와 대척에 있는 '자아피로'와, 그를 유발하는 '성과사회'로서의 오늘을 분석한 텍스트다. 지난 세기가 안팎으로부터 끊임없이 No를 외치며 기괴한 것을 배제하는 규율사회였다면, 오늘의 사회는 부정성(혹은 그것을 인지할 만한 막간, 혹은 치유적 피로, 혹은 분노) 없는 세계, "yes, we can"이라는 말로 무한한 긍정성을 드러내는 성과사회다. 성과사회의 개인은 노동을 강요/착취하는 외적 지배 기구에서는 자유로우나, 반대로 이 시스템이 '강제하는 자유'에 몸을 맡긴다. 더 많은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고, 또한 이 자기착취에 '내'가 기꺼이 응하는 사회인 것이다. 부정과 분노, 머뭇거림을 부를 성찰의 시간이 극히 부족하기에 내재된 폭력성을 감지할 기회는 거의 없다. 시스템에 내재된 이 폭력성, 이 착취의 주체가 '나'이기에, 성과 사회에서의 반발은 저항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거부 반응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그 과정 내내 성과사회는 지난 세기의 규율사회처럼 우리를 배제하는 대신, 우리가 스스로를 '고갈'시키도록 만든다./ 몹시 공감하며 읽었다. 오랜 시간 의지한 프로이트나 푸코, 그리고 들뢰즈마저 이제 더 이상 나나 이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틀이 바뀐 거다. "이제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대신한다. 규율사회에서는 노No가 지배적이었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무한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한)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도서]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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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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