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전공수업을 듣고선 기억나는 것이 몇개 없지만, 지금도 또렷한 작품이 있다. 카프카의 단편집 '시골의사'. 한페이지짜리 꽁트와 여러개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었는데, 원서라서 억지로 억지로 작품 몇개를 읽은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중에서 '시골 의사'와 '사냥꾼 그락쿠스'가 기말고사 시험작품이어서 단어 하나 하나에도 집중했었다. 성적은 그다지..... 다음해 과 교수님이 번역해서 결국 한국어로 보면서 재밌다고, 이런 환상 문학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환상문학이라고해서 '반지'와 같은 작품이 아니라 꿈인지 생시인지 불가해한 공간에서 화자인 '나'가 맞닦뜨리는 상황인점이 다르다. 이번에 출간된 김영하의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카프카'를 생각했다. 단 2페이지짜리 꽁트에서부터 계간지에 수록될 수 있을만한 단편까지 작품의 분량이나 성격이 다양하다. 그러면서,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 상황들 모두가 재미있었다. '마코토'는 낄낄거리면서 봤고, 조는 잘만든 단편영화, 퀴즈쇼는 워쇼스키 형제 영화처럼 읽혔다. 묘사는 간결하고, 심리에 침잠해 지루해지는 구석도 없다. 작가의 말처럼 청탁받지 않고 편하게 글쓰는 쾌감을 즐겨서인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면서 김지운의 '무서운 가족'과 '커밍 아웃'이 생각났다.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