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붱 계장님의 글을 보니 갑자기 울컥해진다. 초등학교 4학년 어느날의 미술시간이었다. 원래 미술시간을 아주 싫어하는데, 왜냐하면 40분 안에 어떻게 창작활동을 하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 구상에 최소 30분은 걸리는지라 뭔가 슬슬 시작하려고 하면 시간 다 되었다고 뒤에서 걷어오란다. 암튼 내 어린 시절의 미술 시간은 그렇게 다크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미술시간 초반부터 느낌이 왔다. 수채화를 그려 내라는데 야구장을 머리에 떠올린 것이다. 얼마전 고교야구를 보러 야구장에 갔던 기억이 생생했다.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야구장을 그리고, 야수들을 배치하고, 마무리는 멋지게 안타를 치는 타자까지. 열심히 그려서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일찍 작품을 냈는데, 그걸 보시고는 선생님 曰 "수채화에는 흰색 안 쓰는 거 알지?" 머시라고라? 흰색을 안 쓴다고? 아니, 그럼 야구 선수들은 수채화에 등장 못하는 건가? 흰색 야구복을 입은 선수들은 초등학생의 수채화 작품에 등장 못하는 그런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는 건가? 선생님도 그렇지. 그런 법이 있으면 처음부터 얘길 해 주시잖고 평소와 달리 탄력 받아 열심히 그린 날에 이런 퇴짜를... 아니, 그런 법이 있으면 하얀 물감은 대체 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그 이후로 정말로 그런 게 법으로 정해져 있는지 아닌지는 확인해 본 적 없지만, 어쨌거나 그렇잖아도 싫어하는 미술, 그날부로 나와는 완전히 적대적 모순이 되어 버렸다. // 지금까지 본 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버닝이었음...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