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테지. 그러나 바둑을 모른다고 이세돌의 매력까지 모르겠는가. 나 중딩 때 하던 브레인 서바이벌에 웬일인지 바둑기사가 나와 쨍알쨍알 애같은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외쳤을 때부터 나는 이미 팬이었더랬지. 어린 중딩이 3년 차 직딩이 되는 동안, 이세돌 9단도 세상과 부딪치고 깨지며 성장했다. "남의 말 신경 안 쓴다" "내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등등 거침없이 말을 쏟아붓던, "악마와 계약한 바둑기사"라 불린 청년은 이제 아이를 가진 아버지가 되어 반상 앞의 마음가짐을 얘기한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바둑을 두었는가. 그 바둑은 이세돌다운 바둑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도서]
판을 엎어라
|
이세돌 | 2012년
|
자세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