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이 책을 보며 떠오른 말이다. 이 책의 저자(정재영)가 궁금해 져서 검색해 보아도 별로 나오는 게 없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소개에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하다가 마흔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끝낸 뒤 요즘은 철학 저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책 외에 다른 저술은 없는 것 같고, 뒤져 봐도 논문을 찾기 쉽지 않다. 이 책 자체가 뛰어난 저작은 아닌 것 같다. 내용의 깊이로는 철학 개론서에 못하고,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는 여느 여행서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앞서 낭중지추 운운했듯, 철학, 역사, 도시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이 놀랍고, 그 다양한 논의들을 완전히 자기식으로 이해하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줘서 신기했다. 이 정도의 공부량과 글솜씨라면 충분히 명성을 날렸음도 한데, (음 내가 모르고 있는 거라면 초큼 부끄러운데..) 딱히 많이 알려져 있는 사람같지는 않단 말이지. 우리 집 화장실에 있는 책이라 틈날 때마다(?) 읽는데, 이 책 자체보다는 행간에 보이는 저자의 공부-많이-함에 찔끔 찔끔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