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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 제8호
두타산(頭陀山).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남서쪽에 있다. 5시 10분. 날 밝을 무렵 삼척 시내에서 훌륭한 해물된장찌개를 먹고, 다시 15분 정도 차를 타고 천은사에 도착. 워낙 비몽사몽 간이라 절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해우소에서 잠시 지체 하느라 40여명 일행 중 가장 뒤에 처져서 부랴부랴 오르기 시작했다. 땀을 대비해 안경은 미리 넣었으며, 날은 온전히 밝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산안개가 엷게 끼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잠에서 헤어나지 못해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잘 분간도 못하면서 헉헉대며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의 특이한 점은 작게 조각난 하얀 돌들이 많다는 것. 몽롱한 와중에도 하얀 돌들을 따라가다 보니 길은 잃지 않고 쫓아 갈 수 있었다. 이 많은 돌들은 보기엔 아름다울지 모르겠으나, 걷기엔 영 불편하다. 발에 좀더 많은 힘을 주어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야하고 무릎에도 더 무리가 간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산을 거의 맨바닥 부터 올라야 한다는 것. 천미터가 넘는 산들 일지라도 많은 등산로는 이미 고지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새겨놓은 숫자만큼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두타산은 새겨놓은 숫자만큼 제대로 발로 새겨야 오를 수 있다. 1353m. 게다가 뾰족하게 올랐다가, 가파르게 내려와야 하고, 오르내리는 동안엔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주변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천은사에서 오르는 중엔 오십천에서 넓게 쉴 수 있는데 이곳이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머지 대부분 공간은 정말 숨고르는데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삼화사 쪽으로 거의 넘어와서 부턴 무릉계곡이 커다란 바위 병풍들과 아주 멋지게 펼쳐지지만, 절뚝거리면서 넘어온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들어오진 못할 듯. 신선들이 놀만한 곳을 옆으로 보면서 어서 이곳을 탈출하기만을.. 남은 이정표 거리만 머리속으로 헤아리며 한발 한발 걷는 기분이란.. 한마디로 좋게 이야기 하자면 '선이 굵은 선종 사원', 나쁘게 이야기 하면 '빌어먹을 돌 산'같으니라구.. 헉헉..
[도서] 문화사학 제8호 | 1997년 | 자세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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