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님 RETORIC FAVORITE
호랑가시나무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 거기 그치 거기!

Book Music Cinema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시인선 13)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언어 파괴에 능란한 이성복 시인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개인적인 삶의 고통을 보편적인 삶으로 확대하는 이성복 시인의 끈질기고 원초적인 싸움이...
대학 이 학년 때쯤부터 시가 읽혔다. 철학책들 보다 어려웠고 소설책 보다 재밌었다. 그리고 더 오래 몸 안에 머물렀다. 해가 바뀌고 군대에 가고 내가 겨울을 좋아하게 된 그 즈음, 한 세기가 바뀌던 그 즈음.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시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읽은 것은 황지우 시인의 시집이었을거다. 그때의 충격도 컸지만 나는 동갑내기 이성복 시인이 제일 좋았다. 연애시도 쓰지 못하는 서슬푸른 감수성이 도끼날 모양으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아프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지만 20여년 동안 써내려간 네 권의 시집을 천천히 읽고 있으면 묘한 따뜻함이 전해진다. 젊은 이성복은 세상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을까 몹시도 궁금했고 보고싶었지만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후로 한 동안 발표를 안하다가 2003년에 두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리고 여전히 보고싶다. 그 시간을 버틴 지금의 시인의 모습도.
[도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시인선 13) | 이성복 | 2008년 | 자세히 →
브람스 : 교향곡 4번
브람스 : 교향곡 4번 - 브람스 (Johannes Brahms) 작곡, 카를로스 클라이버 (Carlos Kleibe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분다. 가을이 벌써 가는구나 싶어 부랴부랴 아욱 한 단을 샀다. 된장국을 끓이려고. 아욱은 가을에 맛이 제일 좋다. 겨울엔 시래기, 봄에는 달래와 냉이, 여름에는 근대, 가을엔 아욱 된장국이 제 맛이다. 정석은 여기다 보리새우를 넣어야 하지만 냉동실에 여름부터 동면 중이던 바지락을 깨워 넣었다. 풋고추 조금 썰어넣고 들깨가루 솔솔 뿌리면 쓸쓸한 밥상도 넉넉한 가을이 된다. 후후 불어 먹다 보니 머리 위에 가을이라는 글자가 동동 떠 있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전어를 먹은 것 말고는 가을이라고 한 게 없더라. 사는게 텅빈 강정이다. 가을이면 해야할 것들, 가을이면 하기 좋은 것들, 가을이면 늘 해왔던 것들. 참 많았는데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밥먹다 말고 CD 장을 뒤진다. 대학때 부터 가을이면 듣던 앨범. 학교 벤치 구석에 앉아 혼자 싱긋거리며 듣던 앨범. 누나가 사준 파란 시디플레이어. 클라이버의 브람스와 자판기 커피, 88 한두 개비면 온 종일 가을이었던 시절. 그리고 한 동안 잊어버렸던 앨범. 바밤 빠밤 바밤 빠밤- 하고 첫 악장이 시작되면 그래 가을이야 가을은 이런 느낌일꺼야 하고 안도했던 순간들. 그게 없으면 어디에 와있는지 모를 것 같았던 시간들. 아욱국 후후 불어 먹는 저녁에 브람스를 듣는 건 처음이긴 하다. 내일은 출근할 때 책장에서 시집이라도 한권 빼서 가야겠다
[음반] 브람스 : 교향곡 4번 | 브람스 (Johannes Brahms) 작곡, 카를로스 … | 1996년 | 자세히 →
구구는 고양이다
출연 배우 : 코이즈미 쿄코 우에노 쥬리 카세 료
동거녀가 생겼습니다 까만눈에 온몸에 보드라운 털이 송송난 그녀의 이름은 길남입니다. 낯선 세상을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듯 걸어다니지만 항상 흰양말을 고집합니다. 좋은 가정에서 자랐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한참 찾았더랬습니다. 길남은 오늘 이 집에서 첫날이고 저는 보름쯤 되었을 겁니다. 옷들이 걸려있는 방 거울 뒤에 숨어서 빼꼼 얼굴만 내밀고 있는데 겁이 많은가 봅니다. 두려움이 얼굴에 가득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선배의 호출로 배부른 치킨집에서 또 맥주를 마셨습니다. 거울 뒤에 숨은 길남의 표정을 떠올리며. 호젓한 밤길을 돌아오다가 그래도 우린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에 혼자 살던 세입자는 조금 들떴습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 이누도 잇신 | 2008년 | 자세히 →
샹트라파
출연 배우 : 니카 엔델라드제 피에르 에텍스
간밤에 친구와 채팅이란걸 했다 그친군 지구반대편에서 지친머릴 꼬드겨가며 공부하고 있었고 결혼과 졸업이후의 계획과 지친 몸 등 으로 근황을 설명했다. 사실 뻔한 삶을 살게될까봐 두렵고 허탈한 마음이 씩씩했던 그친구를 괴롭히는것같았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던건지 기억나진않지만 뻔한 삶을 열심히 살아보는것도 좋을것같다고 말해주었다 부산 거리를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생각했다 정말 그런것일까ㅡ그루지아에서온 할아버지 감독의 영화를보는데 답을 알고있다는 듯이 미소짓는 감독할아버지가 보이는것 같았다 아 정말이지 이럴땐 빨리 늙고싶다
[영화] 샹트라파 |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 2010년 | 자세히 →
The Ghost Of Tom Joad
The Ghost Of Tom Joad - Bruce Springsteen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는 스물 아홉, 아무 것도 없던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으므로. 허기진 것들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 그대로 내 눈 앞에 있을 것 같았으므로. 내 그 놈들을 봐야겠다며 벼르고 벼르다 도착한 곳. 뜨거운 땅과 시린 하늘이 서로 할퀴고 고함치다 지친 곳. 오래된 유황냄새가 후회처럼 가득한 곳. 정작 지친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에는 돌아가라며 나를 몰아세우는 성난 바다 바람만 있었다. 사내의 울음 같던 그 바람들. 더 어디로 가야 되냐며 대서양 바다에다 고래고래 외쳤던 것들도, 모두 끄억끄억 울음이었을거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었던 낯선 바닷가에 이 노래들이 함께 있어 주었다. 술마시고 들어온 새벽에 문득.
[음반] The Ghost Of Tom Joad | Bruce Springsteen | 1999년 | 자세히 →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의시 22)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두 번째 창작시집.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외 44편의 시를 수록. 평이한 일상을 더욱 평이하게, 그리고 도시적 감수성이 짙게 배인 시편들을 담고있다.
모처럼 한가한 금요일 저녁에 밥을 지어 먹는다. 멸치 국물에 호박과 두부를 넣고 된장국을 끓이는 동안 등푸른 고등어를 굽고 잡곡을 씻어 밥을 짓는다. '가정식 백반'과 같은 말들이 주는 따스함이 저녁을 만드는 동안은 휑한 집안에 잠깐 내려오는 것 같다. 늦은 밤 가난한 마음에 찾아오는 허기는 어찌할 방도를 모르겠으나 나는 종종 밥을 지어 먹는다. 나는 자취생이므로. 뜬금없이, 26살의 장정일도 자취생이었을까. '...오늘 내가 해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 주겠다. 준비물은// 햄버거 빵2/버터11/2큰술/쇠고기 150g....' 햄버거에 대한 명상' 中에서
[도서] 햄버거에 대한 명상(민음의시 22) | 장정일 | 2002년 | 자세히 →
악마를 보았다
출연 배우 : 이병헌 최민식
왠지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거듭할 수록 '나 이런 것도 잘 할 수 있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 같다. 운이 없게도 동시대 감독들의 자기복제가 여기서 최고조가 된 것 같은 느낌까지. 한 오 년 전이었나 신경숙 작가의 단편이 윤대녕을 닮아가고 윤대녕이 배수아를 닮아가던 악몽같은 순간이 잠시 떠올랐다. 우린 너무 좁은 곳에서 너무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도 외로워서 절규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이지 당신들은 왜 이렇게 재능을 허비 하고 있나요. 서글펐다. 영화처럼 긴 통로 끝에 극장을 나오니 오늘 하늘은 완전 런던의 하늘. 영화만 안봤다면 *** 꽃다발되어 마냥 뛰어다녔겠건만.. 담배만 두 개 피고 낮술 먹으러 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오늘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다. 그니까 지난주에 처음 봤던 '달콤한 인생'에 '혹-' 했던 거 였다. 거기가 그래도 좋았는데, 라 돌체 비타!
[영화] 악마를 보았다 | 김지운 | 2010년 | 자세히 →
엘리펀트
출연 배우 : 알렉스 프로스트 에릭 두런
며칠 전 술 마시며 카메라 초점 이야기하다가 생각나서 에잇, 이참에! 하면서 새벽에 다시 봐버렸다. 긴 복도를 따라 하염없이 아이들을 따라가던 샷은 여전히,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다. 매끄럽고 환한 복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미국 고등학교의 일상이, 아이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그 위를 걸어다닌다. 강의실로, 락커룸으로, 식당으로, 운동장으로 이동하는 이 샷들은 묘한 운율감을 가지고 있는데, 시에서 각운을 맞추듯 배치된 슬로우 모션과(처음엔 눈치채지도 못했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소음들(엘리펀트는 볼륨 크게 하고 봐야함), 그리고 샷 사이에 조금씩 어긋나있는 시간대가 묘한 긴장과 호흡을 만들어 낸다. 베테랑들이 연주하는 잼 세션처럼. 음악적이고 아름다운. 문제는 카메라 초점이 마술같이 살짝살짝 나가는 느낌이 나는데 이게 허를 찌른다. 예전에 극장에서 선배랑 보고 나와서 서로 동시에 물었다. '포커스는 일부러 그런걸까' '에이 설마' '근데 너무 절묘한 것 같아.' '혹 영사기 포커스가 안 맞은 건 아니겠지?'(침묵-) 이번에 DVD로 봐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건 마찬가지. '술 때문인가?'(다시 침묵-) 사실 아이들을 따라가는 이 복도 샷들은 엘리펀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그것들 스스로 엘리펀트라는 영화의 고유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마치 홍상수 영화의 소주 씬들처럼. 구스 반 산트의 예전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비록 '아이다호'의 더 없이 멋지고 쓸쓸한 미국의 길들은 학교의 복도로 들어왔지만, '리버피닉스'나 '맷 데이먼'처럼 방황하던 청춘들도 없지만, 굿 윌 헌팅과 파인딩 포레스터 이후 구스 반 산트는 확실히 한 계단을 훌쩍 뛰어 오른 것이다. 온갖 선정적인 문구과 섣부른 분석으로 떠들어대던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의 주인공들을 무관심한 듯 담아내며,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다층적인 시선으로, 즉흥연주가 흐르는 듯, 아름답게.
[영화]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 2003년 | 자세히 →
비정성시
출연 배우 : 양조위 진송용
1989년 12월 8일 낭뜨, 정성일씨는 이 영화를 보던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지만 나는 언제 처음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였나 작은 브라운관 TV로 보았던 것이 첫 기억의 전부다. 먹먹함이라는 말을 단 한 곳에만 쓰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다 줘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영화가 만들어낸 구멍은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크고 깊었다. 허우 사오시엔은 대만의 현대사 위에다 삼대에 걸친 가족의 내밀한 기억을 ‘물끄러미’ 그려 넣었다. 나는 녹화한 VHS 테입이 늘어나도록 돌려보았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대학에 오고 나서야 그것이 위로였다는 것을 알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정서가, 답답함에 밤을 새우던 세상과 나 사이의 모호한 감정들이 거기에 다 있었던 것이다. 공포와 슬픔, 그리움으로 직조한 시대의 공기와 그 속의 사람들, 그 서글픈 풍광이 나한테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것은 아마도 허우 사오시엔이 세상과 영화에 대해 진심으로(!) 근심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리라. (‘영화는 결국 세상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는 감독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빗소리 지나간 새벽에 문득 알았다. 취직이라는 것을 하고 텅 비었던 그 간의 허기진 시간 동안 한 번도 이 영화를 꺼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리석었다
[영화] 비정성시 | 허우 샤오시엔 | 1989년 | 자세히 →

아이디 / 패스워드 저장하기

아이디 찾기 / 패스워드 찾기

회원이 아니시면
지금 레토릭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