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 도 그렇게 눈부신 법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도 모인다.' ; 여덟 개의 살아 숨쉬는 쉼표가 이어내는 첫 문장. 그의 작품에 쏟아진 수많은 문단의 상찬만큼은 결단코 허울이 아니다. 수없이 다짐하며 한 숨 한 숨 아껴가며 내쉬어도, 타고난 잡설꾼이 맺고 푸는 생명과 질서의 유장한 리듬을 따라가는 것은, 그때마다 힘겹다.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