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오직 분명한 한 가지는 그가 전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잠들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사라 불렀다...." 호주에 내린 첫 날 기억난다. 12월 27일이었든가 28일이었든가, 목도리를 칭칭 매고 모직 코트를 입고 가족들과 그 때의 남자친구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그 저녁. 기내식을 몇 번 먹고 잠이 들락말락 비몽사몽 간에 나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호주에 내려 있었다. 선샤인코스트로 가던 고속도로 위에서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로드킬 당한 캥거루를 만나고, 그 이후로는 가 본 적 없는 Bruce highway의 어느 휴게소에서 처음으로 sour cream에 potato wedges를 찍어 먹었다. 여행으로 피곤해 입이 깔깔하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 날 처음 알았다. 눈이 아프도록 선명하고 입안 가득 훅하고 들어오는 "이국적인" 열기라는 것도 그 날 처음 알았다. //방실 방실 웃는 살집 좋은 금발의 싱글맘, 그녀의 깡마르고 조금 신경질적이고 유치하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열 세살 짜리 금발의 딸. 친절한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것 같기도 한 홈스테이에서의 첫 인사..머리와 사지와 마음은 모두 따로따로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같은 유학원을 통해 몇 주 먼저 연수 온 한국인 오빠의 안부 전화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를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퍼부었었다. 그 첫 주. 모든 것이 다르기만 했던 그 이사의 첫 날.//생경하기만 한 그 기분을 이젠 전혀 느낄 일 없겠지. 언제나 처음은 한 번뿐. 지나고 적응하면 그 뿐이라..다시 나는 이사하고 싶다. 전날과는 전혀 다르나 익숙한 곳으로.. 이 곳에서의 적응은 마음먹은 것 보다 쉽지 않구나...